- 2002년작, 미국, 1시간 49분
- 감독: 마이클 호프만(Michael Hofman)
- 주연: 케빈 클라인(Kevin Kline), 에밀 히쉬(Emile Hirsch), 폴 다노(Paul Dano), 제시 엘센버그(Jesse Elsenberg)

The Emperor's Club
최근 한 동창의 열심 덕에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교시절 동창들의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많은 친구와 동문들이 법조계, 정치계, IT 업계, 연예계 등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할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면 고교 3년간 그들과 항상 함꼐 하셨던 선생님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그러한 선생님들 중 한 분에 관한 영화이다.
헌더트 선생님은 성 베네딕트 아카데미에서 서양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인류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고 고대 위인들의 삶을 비추어 제자들의 인생관이 바르게 형성되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이다.
이 학교에는 매년 줄리어스 시저 경시대회를 통해 최고의 학생에게 미스터 시이저라는 명예를 부여한다. 상원의원의 아들로 이 학교에 전학온 세드윅 벨은 헌더트 선생님의 결정으로 대회에 출전하게 되지만 부정행위를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 헌더트 선생님의 눈을 속이지 못하고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된다.
25년 후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된 세드윅 벨은 학교에 기금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하며 한 가지 조건을 거는데 그것은 바로 25년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동창들을 모아놓고 재대결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벨이 소유한 별장에서 가진 파티에서 헌더트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절망을 경험하게 되는데….
세드윅은 제멋대로이고 반항적인 기질의 학생이다. 학교의 규칙을 어기고 타 학교 여학생들과 조우하거나 기숙사에서 포르노 잡지를 제공하면서 우쭐댄다. 그러한 그의 성품은 종종 다른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수업 분위기는 점점 흐려진다. 왠만한 사람 같았으면 화가 나서 몇 대 쥐어박았을 법도 한데 헌더트 선생님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그의 무지를 지적하며 깨달을 수 있도록 훈계한다. 세드윅의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간 헌더트 선생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은 지식이나 가르치시오. 내 아들은 내가 만듭니다”라는 오만함뿐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헌더트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보니 깊은 아픔이 밀려왔다. 선생님은 모든 면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나보다. 화가 나도 제대로 화를 낼 수 없고 학부모 앞에서도 제대로 큰 소리치지 못하는 것이 교사이다. 오직 교육 현장에서 주어진 제한된 규제 수단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학생들을 향한 희망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25년후 찾아간 제자들의 모임에서 헌더트 선생님은 또다시 절망에 빠지게 된다. 실망스러운 제자 세드윅 벨에게 마지막 교훈을 남기지만 그는 듣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과연 헌더트 선생님의 인생은 실패였을까?
이 영화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비록 세드윅과 같이 실패한 제자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수많은 제자들이 변화되지 않았는가? 그 제자들이 또 다시 세상에 나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면 그의 교육은 결코 실패가 아닌 것이다.
원고를 쓰면서 문득 예수님이 떠올랐다. 우리 예수님도 열두 제자에게 수많은 가르침을 베풀었고 그 과정은 헌더트 선생님처럼 인내와 사랑이었을 것이다. 비록 가룟 유다와 같이 배반한 제자가 있어서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에 자신을 외면한 10명의 제자들로 인해 실망도 되셨겠지만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경험한 후 결국 그 제자들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하나의 명령이 있다. 세상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제자들을 사랑으로 훈계하고 양육하는 선생이 되는 것이 바로 크리스천의 삶이다. 그 길은 헌더트 선생님이 겪었던 길처럼 때로는 실망스럽고 때로는 힘든 길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통하는 법.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반드시 열매가 맺히는 법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희망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진한 감동이 있는 영화이다.



